수능 난이도 논란, 수험생 자살 문제 등 수능에서 빚어진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수능을 전후로 하여 나타난다. 물수능 때문에 말이 많다. 3년간 수능을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결실을 자칫 몇 문제 실수로 희비를 엇갈리게 하니 말이다. 이번 수능의 경우 난이도 논란이 최근 몇 해보다 심하긴 했지만 매년 있는 논쟁인 것은 분명하다. 사교육비 절감을 표방하며 내세워 수능 문제를 쉽게 출제하지만, 무색하게도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지출은 꾸준히 늘고있고 전세계 국가 중 유일무이한 것은 변함이 없다. 수능이 쉽다고 사교육비를 덜 지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내놓는 새로운 정책들, 예컨대 EBS 교재 중심의 수능은 사교육 시장을 축소시키지 못했다. 학원들은 질세라 EBS 교재 중심으로 수업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결국 여러 정책들은 사교육 시장의 방향성만 바꿔놓을 뿐이다.
나는 사교육비가 수능의 난이도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본질을 꿰뚫은 사람이 없어서 수능이 쉬워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 국민적으로 통감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당장에 동원 가능한 방법을 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모두가 대학을 가야하는 상황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해야헀던 우리 부모 세대의 한과, 예로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교육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끈끈한 학연이 낳은 현 상황이다. 모두가 대학을 가고싶어 하는 것은 실로 당연하다. 당장 눈으로 봐도 고졸 신입사원과 대졸 신입사원의 대우, 인사, 급여가 확연하게 다르다. 사회적 인식도 크게 한 몫 한다. 미국에서 하버드를 나온 사람을 대단하다고 쳐주긴 해도, 들어보지 못한 대학 출신이라고 상대방을 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대학을 나왔다고 멸시당하는 사회다.
바로 사회 인식이 문제이다. 아무리 교육 정책을 이리저리 흔들던, 수능이 불수능이건 물수능이건, 모두가 대학을 가고싶어하고, 대학을 간다 해도 좋은 대학이 아니면 개개인의 역량이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사회적 무시를 받는 사회다. 어떻게 상황을 타계해야할까? 가장 좋은 뱡향은 굳이 모두가 대학을 가지 않고 많은 이들이 고등학교 때 까지 역량을 키워 직업을 얻는 것이다. 성적에 따른 현대판 카스트제도를 새 세대에서 근절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로서 대하지 않고 차이로서 존중해 주어야 한다. 현재처럼의 극한의 고학력 추구 사회는 저학력자를 한없이 주눅들게 한다.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의 폐단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마이스터고 설립과 더불어 특성화고의 인식을 개선하고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전문 교육을 받아서 빨리 취직을 할 수 있게끔의 독일식 교육을 표방하려고 했다. 나는 특성화고 육성 정책은 굉장히 좋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독일의 고용 시장은 매우 안정적이다. OECD 국가 내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을 가진 나라 중 하나다. 독일의 정책이나 특성화고 육성 정책의 핵심은, 고등학교 때 부터 납땜이나 의류 가공 기술 같은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을 만한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모두가 대기업 취직이라는 좁은 길로 달려가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다만 새 정권으로의 교체 이후 관련 부서들이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빠르게 원래 질서를 되찾아갔다. 나는 특성화고 육성 정책을 매우 응원한다. 이런 정책들이 꾸준히 문을 두들기다보면 언젠가는 사회도 응답할 것이다. 특성화고에 굳이 정말 훌륭한 학생들이 가지 않더라도, 중간 정도의 학생이 특성화고를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더이상 좁은 고학력을 향한 소모적인 레이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바꿔봐야 뻔한 교육정책을 이리저리 저울질 하기 보다는, 어떻게하면 하위권 학생들이 별 수 없이 가는 특성화고에 열정 있는 학생들로 채워 빠르게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실한 학생들이 소신을 갖고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다면, 사회적 인식 또한 자연스럽게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