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석의 쾌적한 열차 여행 후에, Firenze S.M.N이라고 알려진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했습니다. 피렌체는 로마와 달리 트램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뙤양볕 밑에서 트램을 기다리는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표를 넣어야만 문이 넘어가는 방식의 로마와는 달리, 트램은 딱히 표를 사지 않아도 될 만큼 편한 분위기였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어디서 표를 구해야할지 몰라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그냥 타라고 까지 했었습니다.
트램을 타고 뙤양볕 밑에서 캐리어를 끌고 20분여 걸으니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가 나왔습니다. 집주인 이름은 Paolo. 방 가격은 피렌체의 여타 숙소보다 싼 가격이었는데 시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집주인 파올로가 영어를 하지 못해서 조금 답답했지만, 서로 구글 번역기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맞출 때 마다 은근한 희열이 있더군요. 굉장히 친절했고, 방 또한 매우 좋았습니다.
사실 피렌체에 왔을 때도 별다른 계획이 없었기에 무엇을 할지 집주인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집주인은 토종 이태리인, 영어가 통하질 않습니다. 그래도 친절한 집주인이 옆방 사람과 함께 시내로 데려다준다고 하기에 흔쾌히 OK 했습니다. 그리고 파올로의 차에 탔는데 왠걸, 옆방 사람은 러시아계 캐나다 처자였습니다. 매우 유창한 언어로 이것저것 알려주었지만 특이한 악센트에, 저의 부족한 듣기 실력으로 인해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전거 렌탈이라는 좋은 정보를 듣고 같이 자전거를 빌린 후 피렌체 여행을 시작하게 됬습니다. 물론, 자전거만 같이 빌리고 다시는 보지 못했습니다. 싫은 소리 못하는 한국식으로 괜시리 동행하게 될까봐 내심 기대도 하고 눈치도 봤는데, 서양식으로 처자가 따로 간다고 먼저 선을 그어주더군요.
첫째날은 자전거를 렌트하고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다 먹고, 숙소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둘째날이 찾아왔네요.
자전거로 처음 방문한 두오모(Duomo) 성당입니다. 기억하기론 두오모가 큰 구 모양의 지붕을 가진 성당에 붙여지는 이름이더군요. 그렇지만, 피렌체의 두오모가 가장 유명하기에 두오모 하면 피렌체에 있는 이 것을 떠올리나 봅니다.
건물 자체는 여타 이태리 내부의 크고 멋진 건물들 같이 아름답습니다. 건축에 조예가 없기에, 유럽 어느 곳을 돌아다녀도 '멋지고 예쁜, 그리고 과학적으로 지어졌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진 건물들'로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건축물들입니다.
피렌체도 이태리 안에서는 나름 큰 도시지만, 유럽 도시답게 그닥 크지 않습니다. 저처럼 대충 훑는다면, 자전거로 하루면 충분하게 외곽지역까지 볼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다리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찍어봤습니다. 물도 깨끗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요.
다리 위에 지어진 건물이 인상적이더군요. 건물들이 표하게 판자촌 느낌이 나면서도 은근한 색감도 있고 예쁩니다.
다음 목적지로는 미켈란젤로 광장. 유럽 나라들은 이러한 광장이 꽤나 많고, 잘 되어있습니다. 만남의 장소로 현지인들 또한 많이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중세 유럽의 사고방식은 철저히 인간 중심의 실용적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었고, 인간의 신체를 아름답다고 생각해 아래와 같이 중요 부위까지도 표현하는 것을 서스럼없게 생각했습니다. 건축에 조예가 깊지도 않고, 이탈리아의 와인에도 풍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서양 철학과 문화는 흥미가 가더군요.
아래는 '아치'에 대한 건축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치는 유럽 건축사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아치 기술의 탄생으로 기둥간의 간격을 넓게 하여 고대 로마시대에 상수도관도 짓고 크고 멋진 건물들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래는 '정복왕' 알렉산드로 대왕 동상입니다.
또다른 동상
그 유명한 다비드상. 물론 진품은 다른 곳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겠죠.
멀리서 보았을 때 사람들이 참 많이 모여있는 것 같아 한번 와봤습니다만 별 것은 없었던, 위에서 판자촌 같다고 한 다리 안쪽입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쭉 따라 나오다가, 간식을 먹은 샌드위치 가게 앞 건물입니다. 약간 서대문형무소나 조선총독부의 건물 양식과 비슷한 것 같아 찍어봤습니다.
유명한 장소들을 대략 다 둘러보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피렌체 외곽을 돌아다니다 산을 발견합니다. 왠지모를 정복감을 느끼고 싶어 페달을 열심히 밟아 올라가니, 왠걸, 피렌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왜 피렌체가 유명한 도시인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던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숙소 근처에서 유일하게 문을 닫지 않은 피자집을 찾아서 시킨 페퍼로니 피자입니다. 굉장히 짜기도 하고 양이 너무 많아 절반정도 남겼습니다. 짜긴 했지만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제 독일로 출발합니다. 기차역까지 가는데 매우 친절하게도 집주인 파올로씨가직접 데려다 줬습니다.
그리고... 악몽같았던 6인 1실 숙박형 기차. 밤 기차이고, 소요시간이 뮌헨까지 8시간 정도 걸렸기에 탔습니다. 20유로정도 더 내고 조금 더 쾌적한 자리로 옮길 걸 하는 후회가 아직도 드네요. 정말 정말 좁습니다. 그리고 안에는 여러 국적의 탑승객이 탔는데 다들 암내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이탈리아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을 뿐더러 성의있게 찍지 않아서 보는 맛이 크게 없는 것.. 인정합니다.
다음 독일 뮌헨 편에서 이어집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