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5 : 최신 트렌드에 맞게 내용을 고쳤습니다.
I. SSD란 무엇인가
II. HDD와 SSD의 작동 원리 분석
III. HDD와 SSD의 성능 비교
IV. 마무리
I. SSD란 무엇인가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에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품을 정리하자면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RAM), 그래픽카드(GPU), 하드 디스크(HDD) 정도가 있는데요, PC의 전반적인 성능에 가장 관여하는 부품은 CPU, RAM, HDD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주기억장치인 RAM은 반도체 칩으로 이루어져 전기적 신호를 통해 고속으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반면 하드디스크는 물리적 방법으로 알루미늄 원판을 고속으로 회전시킨 후 ‘헤드’라는 장치로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여 속도가 전기적 방식에 비교가 안 될 만큼 느립니다.
눈부신 컴퓨터의 발전사는 매 18개월에 트랜지스터의 수가 두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앞세워 CPU와 RAM 등은 제조공정이 바뀔 때 마다 엄청난 속도의 향상이 있었습니다. 다만, 하드 디스크는 획기적인 재설계보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공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성능 향상이 이루어져 다른 부품들에 비해 성능 향상이 현저히 적은 폭이였습니다. 실제로, RAM과 CPU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게 되면, 컴퓨터의 체감 성능은 아무리 올라가도 비슷한데, 그 이유는 하드 디스크의 속도가 저 두 부품의 성능의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낸드 플래시(NAND Flash)라는 MP3 플레이어, USB같은 소형 기기에 사용되는 작고 전기적으로 작동하는 보조 기억 장치가 있습니다. 낸드 플래시는 RAM과 같은 전기적 방식이면서도, 속도를 일정량 희생하는 대신 휘발성이 없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초기에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매우 높아서 저용량으로 일부 하이엔드 기기에만 탑재되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 스마트폰 등 낸드플래시가 사용되는 분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늘어나고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초기의 낸드플래시의 가격보다 훨씬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낸드 플래시가 PC의 보조 기억 장치로 사용 할 수 있을만큼 저렴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SSD(Solid State Drive)의 핵심 부품입니다. 하드디스크처럼 물리적 방식이 아닌 전기적 방식이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태생적 문제인 연속쓰기 작업시 성능 하락, 작은 파일의 느린 작업 속도를 뛰어 넘습니다. 게다가 여러개의 낸드플래시를 '컨트롤러'로 묶어 낸드플래시가 단일로 있을 때 보다 수 배로 더 빠르게 작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II. HDD와 SSD의 작동 원리 분석
하드디스크(HDD) 작동 원리
HDD는 플래터(Platter)라는 자성을 띄는 알루미늄 원판에 데이터를 기록합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HDD의 구조>
위 사진과 같이 플래터를 헤드가 바쁘게 상하로 움직이며 데이터를 기록하고 읽는 방식입니다. 플래터의 분당 회전 수가 하드디스크의 읽기/쓰기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이를 RPM(Revolution Per Minute)로 표현합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하드디스크는 5400RPM (주로 노트북), 7200RPM (주로 고사양 노트북,데스크톱), 10800RPM (주로 서버) 정도가 쓰입니다. 하드디스크의 큰 문제점이 이 구조에서 드러나는데, 첫 번째로는 플래터가 고속회전하면서 헤드가 읽는 물리적 방식이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를 기반으로 한 낸드보다 느리고, 파일의 연속 작업시에 속도가 점점 감소합니다.
<하드디스크 구조>
이는 물리적인 장치인 헤드의 불안정성 그리고 안쪽과 바깥쪽의 속도가 차이가 나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원형 구조인 하드디스크의 고질적인 한계입니다. 안쪽이나 바깥쪽이나 플래터는 중심을 기준으로 도는데 동일 면적으로 섹터를 나눈다면 헤드가 한바퀴 돌 때 안쪽 섹터를 10개 읽는다면, 바깥쪽은 한바퀴를 돌 때 15번을 읽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바깥쪽에만 저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속도 하락은 필연적입니다. 과거 드라이브의 순서(A-Z)가 앞설수록 속도가 빠른 바깥쪽 플래터에 파티셔닝(Partitioning) 하는 운영체제의 특징을 이용해 주로 사용하는 C드라이브에 일부러 작은 공간만 할당했던 이유가 그것입니다.
SSD 작동 원리
<SSD 구조>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컨트롤러로 묶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실 SSD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각각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린데, 이 것을 여러개의 낸드플래시에 나누어 저장하여 속도를 극대화 시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8MB의 파일이 있고 8개의 낸드플래시가 이어진 SSD가 있다면 각 낸드플래시에 1MB씩 분할 저장하여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RAID 기술(파일을 분산 저장하는 RAID0 방식)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역할을 컨트롤러가 담당하는데, SSD를 고를 때 컨트롤러를 유심히 보는 이유입니다.
<SSD의 파일 저장 방식>
이렇듯 SSD의 속도는 연결된 낸드플래시의 속도와 개수에 비례합니다. 때문에 시중에서 팔리는 SSD 중 같은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쓰되, 적은 용량 모델은 4개를 연결해 놓고, 높은 용량은 8개를 연결해 놓은 경우 특히 쓰기 성능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초기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SLC(Single Level Cell)과 MLC(Multi Level Cell)로 구분됐습니다. SLC는 한 셀(기억 장치 기능을 갖는 위치를 나타내는 단위)에 1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MLC는 한 셀에 2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속도는 SLC가 더 빠르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으나 MLC보다 말 그대로 셀이 두배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두배가량 더 나갔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MLC 방식을 많이 사용했었는데 요즘은 낸드플래시 기술 발전 덕분에 한 셀에 3개의 비트를 담는 TLC(Triple Level Cell)나 심지어는 QLC(Quad Level Cell)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파일을 쓰는(Write) 작업을 할 시에, SSD의 셀이 기록되게 되는데, 하드 디스크의 경우에는 물리적 방식이라 파일 삭제 작업시 직접 지우는 방식으로 새로운 데이터가 쓰이게 될 시에 덮어쓰기(Overwrite) 방식으로 셀을 덮어씌웁니다. 그런데, SSD를 구성하는 낸드플래시의 특징상 셀 위에 덮어쓰기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셀들을 수동으로 비워주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자동으로 하기 위해서 만든 기능이 트림(Trim)입니다. 트림 작업은 시스템이 유후 상태일 때 파일을 제거한 셀들을 미리 비워 두어 나중에 사용할 때에 쾌적하게 사용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III. HDD와 SSD의 성능 비교
SSD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대역폭에 한계가 있는 AHCI(Advanced Host Controller Interface)에 기반한 S-ATA(Serial ATA) 인터페이스는 내리막길이고 원래는 그래픽 카드 연결에나 쓰이던 대역폭이 아주 넓은 PCI Express 포트를 사용하는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SSD가 부상중입니다.
테스트에 사용된 SSD는 맥북 프로 2015년형에 탑재된 삼성의 256GB NVMe SSD가 사용되었고 사용된 하드디스크는 S-ATA3 인터페이스에 7200RPM을 가진 시게이트의 1TB 하드디스크입니다.
Crystal Disk Mark 프로그램으로 벤치마킹한 S-ATA3 하드디스크의 읽기/쓰기 성능입니다. 오래된 하드디스크이긴 하지만 최신 제품들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시게이트 ST31000524AS 하드디스크 벤치마크>
삼성 NVMe SSD의 성능입니다. 연속 읽기/쓰기는 하드디스크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이고, 운영체제 가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4K 속도가 특히 높습니다. 4K란, 윈도우에서 사용하는 디스크 포맷 형식인 NTFS에서 사용하는 클러스터 (운영체제에서 파일 읽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여러개의 섹터를 묶은 단위.)의 단위인데, 운영체제에서 모든 파일들을 4K를 단위로 읽기 때문에 4K속도가 중요합니다.
<삼성 NVMe SSD 벤치마크>
아래 이미지는 HD Tune 프로그램으로 벤치마킹한 결과입니다.
하드 디스크의 경우 속도가 상당히 불안한 그래프를 보여주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하드디스크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T31000524AS 하드디스크 벤치마크>
반면, SSD의 경우에는 낸드플래시의 특징으로 인해 상당히 안정된 속도를 보여줍니다.
<삼성 S470 SSD 벤치마크>
과도기적 시점에 하이브리드 HDD라는 SSD와 하드 디스크를 합친 제품군도 있었는데, SSD의 부담스런 가격과 HDD의 용량이 절충된 제품이였지만 단점 또한 분명해서 현재 시점에서 거의 사장됐습니다.
<SSD와 하드 디스크의 장점을 결합하려고 했었던 하이브리드 HDD>
IV. 마무리
글을 처음 작성하던 2011년에는 어마무시한 몸값을 자랑한 덕에 감히 아무나 손대기가 힘들었던 SSD가 이젠 정말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사용했던 SSD는 S-ATA2 인터페이스 기반 삼성 S470 64GB 모델이였는데 17만원을 주고 샀던 기억이 납니다.
S470의 연속 읽기 속도는 250MB/s, 지금으로 보면 보잘것 없는 스펙이지만 당시에 컴퓨터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져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나오는 고스펙의 SSD, 가령 삼성의 고가형 NVMe SSD의 경우 연속 읽기 속도가 3000MB/s에 이릅니다.
<연속 읽기 속도 3000MB/s 를 자랑하는 삼성 960 PRO>
이 글의 원 제목은 '새로이 등장하는 SSD, 과연 하드디스크를 밀어낼 수 있을까?' 였습니다. 지금 시점에선 글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하드디스크의 설 자리가 좁아졌습니다. 글을 고치면서 제목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죠. SSD의 유일한 단점이였던 높은 가격이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드디스크는 가파르고 완충지대도 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