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맥북프로 레티나가 출시되면서, 최초의 맥북프로 레티나가 등장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맥북 프로 레티나는 ODD(CD/DVD-ROM)를 제거하여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노트북 시장에서 통용되는 해상도를 넘어선 초고해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사실 애플은 이전에도 모바일 기기의 고해상도에 선두주자로서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맨 처음 326ppi(pixel per inch)를 가진 아이폰4를 처음 내놓을 때 그들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었죠. 직역하자면 '망막 디스플레이', 눈으로 픽셀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도입된 이후, 애플은 차근차근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확장시켜갑니다. 아이패드까지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자, 노트북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전망되었죠. 애플은 모든 제품군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려고 시도했고, 현재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성공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했고, 덕분에 애플의 독자적인 지위를 공고히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이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만드는 애플만의 특징이 어떻게 장점이 되는지 보여주는 예인데, 안드로이드 진영은 다양한 기기의 파편화된 해상도 때문에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 안그래도 골머리가 아픈데 빠르게 이제는 고해상도까지 따라잡아야 하니 말입니다.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API를 최신버전에서 내놓다고 한들, 파편화와 사후 지원 미비 등으로 애플에 비해 한발 늦을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같은 현상이 노트북 시장에서도 나타나는데요, 반(反) 맥 진영은 이제야 고해상도 노트북을 출시하고 있고, 그마저도 윈도우에서 고해상도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시장의 흐름보다 빠르게 적용시킨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맥북 프로 레티나에서는 시장의 흐름보다 빠르게 ODD를 제거했습니다. 사실 CD/DVD의 멸종은 예전부터 예견되던 바입니다. DVD가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k)로 수명 연장을 시도해 보았으나 블루레이 디스크가 목적으로 했던 고해상도 영화를 담아서 판매하겠다는 전략은 온라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노트북 컴퓨터에 ODD를 넣는 것은 소형화와 경량화를 추구하는 노트북 제조사의 숙명을 거스르는 행동입니다. CD의 크기가 작지 않아 아무리 ODD를 작게 만든다고 해도 CD크기 만큼은 커야해서 노트북에서 꽤나 많은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ODD의 수요는 무시할만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프로그램이나 오래된 데이터들은 아직도 CD나 DVD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를 인지하고도 맥북프로 레티나에서 ODD를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맥북프로 레티나 뿐만이 아닙니다. 2012년형에서부터 아이맥에서도 ODD를 제외시켰습니다.
애플은 예전부터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보는 것들을 배척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플래시가 있습니다. 애플은 플래시가 자원만 많이 소모하고 느릴 뿐더러, html5로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iOS 디바이스에 플래시를 넣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직도 넣지 않고 있는데, 애플의 이런 고집스런 행동은 사실 많은 웹 사이트들을 플래시에서 html5로 바꾸게 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ODD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전의 맥북 프로의 경우에는 ODD를 탑재했었지만, 이제는 ODD가 사라져야할 때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전 제품에 걸쳐 적용하면서 고해상도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도입해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감하게 도입하는 반면에, ODD같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감히 없애버립니다. 물론, 기존에도 다른 제조사에서 ODD를 뺀 경량화 노트북인 '울트라북'을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맥북프로 레티나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울트라북이 아니면서, ODD가 없고, 자신들의 주력상품이죠. 스티브 잡스는 떠났지만 옛것을 예상보다 빠르게 빼거나 새로운 것을 예상보다 빠르게 넣는, 애플만의 '타이밍'은 아직 남아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