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초로 자연어를 능숙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시리'를 아이폰4S에 기본으로 내장시키면서부터 음성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러 회사들의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리가 등장하자마자, 구글은 기다렸다는 듯이 '구글 음성 검색'을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삼성에서도 새로운 갤럭시S3에 'S보이스', LG는 'Q보이스'로 음성인식 경쟁에 참가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음성인식은 어떨 때에 필요할까요?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고, 노래를 재생하고, 검색할 때에 주로 이용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음성인식 프로그램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고, 노래를 재생하고, 검색하는 사람을 자주 보셨나요? 적어도 저의 경험에선, 친구들이 새로 산 스마트폰에 있는 음성인식 기능을 시험할 때 빼고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음성인식 기능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걸까요? 인식률이 낮아서? 아닙니다. 활용도가 떨어지고, 손으로 하는 것보다 결코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성인식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손으로 하면 다른 사람의 귀에 들리지도 않고 비슷하거나 빠른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에게 전화 걸어줘'가 손으로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를 거는 것보다 더 빠를 수도 있지만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꺼이 그정도 시간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성인식은 미래에 발전될 유망 기술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손가락 몇번 만으로 그것을 대체할 수 있고,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 TV 또한 리모콘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욱 많은 번거로움을 감안해야하는 쪽에 음성인식이 더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블라인드를 올리고 내리는 것 말이죠.
그렇다고 음성인식이 필요 없을까요? 아닙니다. 집이 '블라인드 내려'나 '불 켜'라는 명령을 알아들을 수 있는 미래가 있다면 아주 편리해질 것입니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서, 차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운전대를 놓지 않고 전화를 걸고 음악을 재생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도 활용 가치가 있습니다.
어쩌면 삼성은 음성인식 시장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음성인식의 중요성을 크게 보지 않고 S보이스를 개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음성인식 기능이 좋으면 나쁠건 없지만, 음성인식 기능이 뒤쳐진다고 딱히 불이익을 보진 않으니 말입니다. 좋은 예로, S보이스는 낮은 질의 음성검색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3는 연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며 판매고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갤럭시S3에 탑재되어 있는 음성검색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입니다.
현재로서는 음성인식을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여건이 부족합니다. 음성인식 기능들이 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위치 정보를 사용할 수 없는 점, 방대한 데이터들이 정렬되어있지 않아 음성인식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점이 이에 속합니다. 하지만, 현재 운전을 할 때에 음성인식 기능이 활용되듯이, 스마트폰에만 국한되어있는 음성인식이 우리들의 집으로까지 연결되고 위치정보법이 바뀌고, 데이터들이 기준을 갖고 정리된다면 미래에는 매우 쓸모가 있는 기술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