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전기차가 주목을 받으리라고는 모두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BMW, 닛산같은 기성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로부터 새 흐름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테슬라 모터스라는 자동차와는 상관 없을 것 같던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이 기업이 모두의 발걸음을 재촉시키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이 가지고있던 수많은 특허들을 인심 좋게 나눠주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인 후드래빗의 맥갤러리(새 창에서 열림)에서 테슬라를 처음 알게 된 이후로 테슬라라는 회사를 관심있게 봐 왔다. 테슬라는 실리콘밸리의 '마이더스의 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세운 전기자동차 회사이다. 엄밀히 말하면 설립 초기에는 직접 회사에 가담하지는 않은 투자자였지만, 이후 테슬라의 발전에는 일론 머스크가 가장 큰 축이었다. 사명(社名)인 테슬라는 학창시절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에디슨과 직류-교류 싸움을 한껏 벌였던 바로 그 테슬라가 맞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얼마전에 우주 항공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던 재사용 추진 로켓을 만든 회사, Space X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MIT를 졸업한 수재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온라인 이체 서비스 Paypal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사실 머스크는 세계 최대 주거용 태양광 패널 생산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개척지마다 손을 안 댄 곳이 없는데 회사마다 족족 판을 뒤엎는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왜 그가 스티브 잡스만큼의 인지도가 없는지 나만큼 안타까울 것이다. 이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남자는 사실 하이퍼루프라는 시속 1,300km가 넘는 운송수단을 만들려는 사업을 또 벌리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면 다음은 또 무엇을 구상해 낼지 점점 궁금해진다.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상용화를 시키는 것이 그가 칭송받아 마땅한 이유이다.
일론 머스크가 손대는 사업중에 아마 가장 판이 큰 회사는 역시 자동차 산업에서의 테슬라. 전기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출시된 최초의 스포츠형 전기차 로드스터에서 사람들이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이 시대착오적인 회사의 주가는 현재(16년 5월 22일) 시가총액은 한화 35조원 가량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의 현재 주가는 29조원 가량이다. 물론 기아차를 더하면 테슬라를 넘겠지만, 여전히 2015년에 겨우 50,000대밖에 팔지 못했던 테슬라의 주가가 35조원이라는 것은 충분히 놀랍지 않은가.
"...So they used to, their idea to the electronic cars was something like doesn't look good isn't fast, doesn't have high performance, has low range. We wanted to break all of them"
"사람들이 전기차라고 하면 외관이 별로라던가, 성능이 별로라던가, 오래 달리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런 관념들을 깨고 싶었다."
테슬라는 로드스터에서 얻은 자신감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연기관 차량과 맞먹는 자동차인 SUV모델 '모델 X'와 '모델 S'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전기자동차가 심지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공신력 높은 컨수머리포트에서 60점대의 다른 전기차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모델 S는 99점을 받았다. 사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델 X는 1억 4천만원, 모델 S는 7,500만원부터 시작하는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차량들이다. 머스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기차의 대중화'였기 때문에 누누히 3만 5천불 (한화 약 4,000만원)의 준중형 세단을 출시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2016년 3월 31일, 약속을 지켰다.
"Musk said the supercharger network would double in size by the end of 2017. The number of supercharger stations throughout the world today is 613 with 3,628 individual chargers, so that will grow to more than 1,200 stations and 7,000 chargers throughout North America, Europe and the Asia-Pacific regions."
"머스크는 2017년까지 슈퍼차저 충전소를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2016년 4월) 슈퍼차저 충전소는 613개에 3,628개의 충전기가 있다. 이 수는 2017년에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1,200개의 충전소에 7,000개의 충전기가 될 것이다."
3만 5천 달러의 가격에 기존 테슬라 시리즈가 그래왔듯이 슈퍼차저 충전소에서 평생 충전이 무료이다. 한국에도 7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충전도 한시간이 걸리는데 너무 오래 걸리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모델3는 슈퍼차저 충전소에서 21분이면 80%, 40분이면 완충되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심지어 머스크는 이조차도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개념이 아닌 스마트폰 뚜껑따서 배터리를 교체하듯 할 수 있는 '배터리 스와핑' 기술을 실험중이다. 이미 이 기술을 고려해 테슬라 모델들은 배터리팩을 나사 몇개만 풀면 바로 꺼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아직은 주유만큼 손쉽지는 않지만 이정도면 봐줄만 하지 않은가.
내연기관 차들의 기름값을 고려했을 때 이미 이 시점부터 경쟁력이 생기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름값이 껌값인 미국인들을 사로잡으려면 당연히 더 필요하다. 모델 3는 준중형 세단주제에 제로백(0-100km/h)까지 6초가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한번 충전시 345km를 간다. 비슷한 가격의 닛산 리프 2016년형이 완충시 절반정도 거리를 가고 제로백이 10초가 넘는다는 것과 10,000불(한화 약 1,200만원)더 비싼 BMW i3가 아끼고 아껴야 200km을 달린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왜 테슬라가 한해에 5만대를 팔고 35조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다.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앞쪽 본넷에 엔진이 있을 필요가 없어 앞쪽까지 트렁크가 생기는 것은 덤이요, 내연기관이 없음으로서 생기는 각종 유지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동시에 테슬라는 자율주행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모델3를 포함한 모든 모델에는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이 탑재된다. 이쯤되면 차량을 어떻게 유지 관리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까지 몰라도 되는 시대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오토파일럿은 시험적인 기술이 아니라 지금도 일반 사람들이 쓰고 있는 기능이다. 아래 동영상은 실제 도로에서 오토파일럿을 이용하는 영상이다.
배터리의 종류에는 크게 리튬 이온 배터리와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원통형 건전지와 같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납작한 형태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기기에 들어간다. 둘의 큰 차이점은 '형태'인데,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납작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반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원통형 그 자체의 모양을 바꿀 수 없는 대신에 같은 부피 당 용량이 더 크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폴리머와 달리 '규격화(배터리의 생김새가 아래 사진과 같이 표준화되어있음)'되어있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저렴하다.
머스크는 예전부터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형태가 자유롭다는 것 외에는 큰 장점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켰는데, 파나소닉과 협력해 위 사진과 같은 18650 배터리 수천개를 병렬 연결해서 대형 전지로 만들었다. 참 비상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에, 2014년 9월부터 50억달러(한화 약 6조)를 투자해 '기가팩토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이 규모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규모냐면 현재 연간 35GWh(1GW=10^6W)정도의 생산량인데 2020년까지 50GWh를 목표로 한다. 연간 50GWh 정도면 2015년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도다. 기가팩토리는 세계에서 보잉사의 비행기 공장 다음으로 큰 공장이다.
전기차의 상용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가격이였는데, 전기차 생산 원가 중 절반 가량이 배터리이다. 이 것을 머스크는 첫째, 리튬 폴리머 대신 리튬 이온을 무식하게 병렬로 무진장 잇고, 둘째, 기가팩토리라는 무식하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공장을 만들어서 해결했다. 기가팩토리가 완성되면 2014년 당시보다의 30%가격으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현재의 각종 파격적인 테슬라의 훌륭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비단 일론 머스크 혼자의 노력의 산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 뒤에는 테슬라의 엔지니어들의 노고가 수없이 베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라는 비상한 인물이 엔지니어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잘 잡아주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멀티터치 터치스크린을 직접 개발하지 않았다. 내부 운영체제를 설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잡스는 성공적으로 '스마트폰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에 칭송받는다. 머스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잘 제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더불어 시대를 앞당기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획기적이고 매력적인 기술들, 합리적인 가격과 낮은 유지비용의 모델 3를 통해 테슬라는 새로운 시대를 엄청나게 앞당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