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2년 전, 2015년 6월 23일. 대학에서 맞이한 첫 여름방학의 첫 스케줄은 걸어서 동해안 일주였다. 걷는 것은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내 덩치만한 백팩 안에 짐을 여유없이 구겨넣고 어깨에 짊어지니 딱 죽을 것 같았다. 사실 원래 계획은 포항부터 강원도 동해까지 이르는 무려 200키로가 훌쩍 넘는 대장정이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모두들 육두문자를 쏟아내며 '이게 무슨 사서 미친 고생이냐' 라는 일치된 생각과 함께 울진으로 목적지가 급격하게 변경되었다.
타협은 했지만 그래도 150km 가량 되는 거리였고 마지막날은 무박으로 5박 7일동안 걸었다. 말 그대로 젊어서 사서 고생한 꼴이었는데, 장비가 없으니 돈도 돈대로 많이 썼고 몸은 정말 이루 말할 수도 없이 힘들었으며 내 발바닥은 제대로 걸을 수 있을만큼 회복되기까지 1주가 넘게 걸렸다. 후에 입대를 하고 완전군장 행군을 해봤지만, 군대의 그것보다 위에 보이는 백팩이 더 무거웠고 힘들었다. 엄청난 크기의 백팩은 각종 음식들, 식기구, 위생용품, 텐트, 갈아입을 옷,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등등... 셀 수 없이 들어갔다. 차라리 들어가지 않았으면 포기하고 가볍게 갔을텐데 이게 들어가니까 한번도 이런 '행군'을 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뒷일보단 가방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래도 시간은 뜰채와 같은지, 그 와중에 좋았던 기억 위주로 남겨준다. 텐트에서 수많은 모기를 내쫓으며 찜통 더위 속에서 간신히 잠들고, 으스러질 것 같은 다리를 억지로 앞으로 나아가게했던 이런 기억들도 지금 생각하면 색다른 체험이었을 뿐이다. 밀면, 홍게 같은 지역 별미도 먹어보고,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관계를 잃지 않는 법도 배웠다.
아래는 편집해본 영상. 편집이라고 하기도 무안한 퀄리티. 영상 만들 줄 알았으면 동영상을 많이 찍어둘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