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PU 리뷰
1. 썬더볼트와 eGPU
3. Razer Core X 파워서플라이(PSU) 교체
썬더볼트(Thunderbolt)인터페이스의 등장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2011년 이래로 애플과 인텔은 공고한 “썬더볼트” 연합을 유지해왔는데, 애플의 키노트를 즐겨본다면 항상 새로운 맥북에는 이 썬더볼트가 탑재되어 출시됐음을 알 것이다. 초기 썬더볼트가 가진 10Gbps의 넓은 대역폭은 매력적이었으나 기반 장비들이 썬더볼트의 비싼 칩셋 가격, 라이센스 비용 등으로 상식 밖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썬더볼트는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제 갈길을 묵묵히 가더니 발전을 거듭하여 썬더볼트3은 이제 40Gbps (gigabit per sec)의 어마어마한 대역폭을 가지게 되었다.
썬더볼트의 가장 큰 매력은 PCI-Express와의 직결 연결을 통해 40Gbps에 달하는, 가장 대중적인 USB 3.1 Gen1 (5Gbps)과 비교하였을 때 8배에 달하는 대역폭을 실현시킨 점이다. USB와 달리 중간에 호스트가 개입하지 않고 자체 컨트롤러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CPU에 덜 의존적이고 응답속도는 더 빠르다.
그럼에도 보급이 시작된지 8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왜 아직도 썬더볼트는 걸음마 단계일까? 간단하다. 속도에 지불하는 프리미엄이라고 하기엔 일반 USB 기반 장비들과 가격차이가 아주 많이 나기 때문이다. 큰 대역폭이 요구되는 AV 장비 시장에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사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USB 3.1이 가진 5Gbps의 대역폭이 외장하드를 연결하거나 하는 등 대부분의 시나리오에 있어서 크게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썬더볼트2 까지는 썩 범용적이지 않은 mDP(mini DisplayPort) 인터페이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중화에 더욱 걸림돌이 되었다.
천천히 대역폭을 올려가는 USB 진영에 썬더볼트가 천천히 표준 USB에 잠식당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던 와중에 드디어 썬더볼트가 제 밥그릇을 찾았다. 높은 대역폭 덕분에 감히 그래픽카드를 연결할 수 있게된 것이다. 사실 그래픽카드 연결에 사용되는 PCIe 3.0 16레인의 대역폭은 160Gbps 라서 4레인의 썬더볼트의 40Gbps 보다 훨씬 넓지만 사실 그래픽카드는 대역폭을 ‘널널하게’ 쓰고 있을 뿐 대역폭을 전부 활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래픽카드는 160Gbps 라는 바다에서 놀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중견급 체급인 강에서는 제 성능을 백프로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썬더볼트3 아래 40Gbps에서 헤엄치는 그래픽카드의 성능 감쇠율은 10~20%정도로 생각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USB의 표준을 정하는 USB-IF에서도 썬더볼트의 발전을 기특하게 여겼는지는 몰라도 마음씨 좋게도 자신들의 차세대 규격인 USB type-C를 썬더볼트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외장 그래픽, 즉 eGPU(external GPU)라는 개념이 알려지고 다양한 회사들이 eGPU 박스(Enclosure)를 출시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2011년 소니의 최고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 VAIO Z 시리즈가 이미 썬더볼트1을 자체 커스텀해서 외장 그래픽 독을 실현한 바 있다. VAIO Z 시리즈의 골치아픈 가격을 떠올리면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가격인듯 하다.
가격이 문제라는 것을 기업들도 의식했는지 2018년부터 인텔이 적극적인 썬더볼트 보급을 위해 라이센스 비용을 없앴지만 제조사들은 비싼 인텔과 특허 괴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독점 공급 칩셋을 결국 사와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기반 장비들이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2년 전부터 eGPU를 관심있게 봐왔지만 선뜻 내돈주고 구입하기 꺼려졌던 이유이다.
그렇지만 내 맥북의 허울뿐인 외장그래픽 성능이 견디기 힘들었을 뿐더러 Razer Core X가 $299 라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꾸준히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머리속에서 수십번을 저울질하다 결국 겨울방학에 미국에 와서 비교적 싸다는 구실을 만들어 구입하게 되었다.
나는 썬더볼트3를 지원하는 맥북에 eGPU를 물려서 사용할 예정인데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는 라데온(Radeon) 계열의 그래픽카드 뿐이다. 폴라리스(Polaris)와 베가(Vega)로 대표되는 라데온의 아키텍처들은 모두 전성비가 경쟁사에 비해 안좋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높은 파워 서플라이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egpu.io 에서 파워, 가격, 노트북 충전 PD(Power Delivery) 등을 고려했을 때 부피가 조금 아쉬웠지만 Razer Core X를 낙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뉴에그(Newegg)에서 베가 64(Vega 64)가 저렴한 딜이 나와서 냉큼 집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