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 X Elite의 전성비가 궁금해서 하나 사 보았다. 오늘 아침에 배송받고 몇 시간 써보았다. ARM 윈도우 진영에서 나름 반향을 일으키려는 기념비적인 칩셋이기에 나도 흔적을 더하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노트북을 아주 자주 바꾸고 최근 3년동안 쓴 PC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현재 쓰고 있는 것은 굵게)
나의 광기(?)를 이것으로 갈음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썬더볼트 독도 4개가 나를 거쳐갔으며 핸드폰도 모든 갤럭시와 아이폰 시리즈를 반기마다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며 쓰고 있다 ㅋㅋ
갤럭시북4 Edge 14인치 (스냅드래곤 X Elite, X1E80100)
Beelink SER7 (라이젠7 7840HS)
맥북 프로 14인치 (M1 Pro)
데스크톱 (인텔 12세대, i7-12700, RTX3070ti)
맥북 프로 16인치 (인텔 9세대, i9-9850H)
서피스 프로 8 (인텔 11세대, i5-1135G7)
갤럭시북4 프로 14인치 (인텔 14세대, Ultra 5 125H)
맥북 에어 13인치 (M1)
ASUS G14 2022 (라이젠 6800HS)
GMK K6 (라이젠 7840HS)
ASUS X300 (라이젠 4650G)
인텔에 대한 분노
나는 PC를 고를 때 나름의 철학이 있는데, 전성비를 매우 중요시한다. 작고, 성능 좋고, 조용하고, 배터리까지 오래가려면 전성비 좋은 CPU가 필수적이다. 외장그래픽은 CPU와 통신 과정에 필연적으로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하므로 내장그래픽 모델을 선호한다. 애플의 M시리즈와 같이 DRAM과 NAND도 같은 이유로 CPU와 하나의 패키징 밑에 들어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전성비가 좋은 칩을 탑재한 노트북을 위주로 낙점한다.
인텔 CPU는 과거 맥북을 사용하며 나에게 크게 신용도를 잃었다. 정말 아무 것도 안해도 어마무시한 발열이 나왔고, 이를 식히려고 부단히 팬이 돌았는데 그게 큰 스트레스였다. 그러다가 인텔이 모바일에서는 10세대 아이스레이크부터 미세공정에 업그레이드가 있다고 해서 서피스 프로8을 들여왔는데 또 한번 당했다. 서피스 프로라는 태블릿의 섀시에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전성비가 좋지 않은 CPU였다. 그러다가 인텔이 14세대에서 한번 더 약을 팔길래 마지막으로 속아줬다. 그리고 올해 1월, 갤럭시북4 프로에서 인텔에게 또다시 당했다. 인텔 공정에는 이제 더이상 신뢰가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 루나레이크에서부터는 인텔이 마침내 자사 공정 대신 TSMC의 3nm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인텔 CPU의 특징이라면, 벤치마크상으로는 꽤나 훌륭한데 막상 써보면 너무나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 하다 못해 탐색기를 하나 여는 것도 인텔 노트북에서는 한 박자 굼뜨다. 인텔 노트북을 쓰는 독자가 있다면 당장 Ctrl+Shift+Esc로 작업 관리자를 하나 띄워보라. 한 박자가 굼뜰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 AMD AP와 스냅드래곤 X Elite는 적어도 작은 작업에서 버벅대진 않는다.
현존 인텔 노트북들은 엄청난 발열과, 소음, 그리고 짧은 배터리 타임을 자랑한다. 제조사의 스펙시트상 배터리 타임이 아니라, 실제로 웹서핑을 하고 e-book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등의 일상적인 작업에서 갤럭시북4 프로와 3년 된 M1 Pro 맥북 프로를 동시에 쓰면, 맥북은 실사용 7~8시간이 된다면, 갤럭시북4 프로는 그 절반 정도가 실사용 가능했다. 갤럭시북에 들어간 메테오레이크의 E코어는 과연 실존하는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나는 윈도우 진영에서 전성비가 좋은 칩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고, 퀄컴이 내놓은 칩을 테스트하지 않을 수 없었다.
Snapdragon X Elite
스냅드래곤 X Elite는 퀄컴이 인수한 애플 출신 엔지니어 회사 Nuvia가 만든 Oryon 코어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Adreno X1 GPU는 스냅드래곤 8 gen 2와 같은 아키텍처에 클럭을 높인 것이다. 재밌는 특이사항으로는 효율 코어가 없고 12개의 성능 코어뿐이다. 이 P코어만으로 23W부터 80W까지를 커버한다고 한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30W 전후의 스윗 스팟을 넘기면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한다. 한 아키텍처가 저렇게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간에, ARM 진영에서 퀄컴이 총대를 매고 드디어 인텔, AMD, 애플과 견줄만한 PC용 칩이 나온 것이다.
여러 벤치마크는 이미 유튜브에서 볼 수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길 바란다. 나는 노트북으로 일반적인 대학생들이 하는 작업만 한다. Word, PPT, 유튜브, 웹서핑, 가끔 스타크래프트. 이런 것만 하는데 왜 좋은 노트북이 필요하냐고 반문한다면, 사실 큰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작업이라도 그놈의 인텔 노트북은 날 힘들게 했다.
잠깐 사용해 본 내느낌으로 스냅드래곤 X Elite는 맥북 M시리즈에는 못치지지만, 현시점 윈도우 진영에서는 이 세그먼트에서 경쟁자가 없는, 가장 전성비 좋은 칩이라고 결론냈다. 윈도우에 들어있는 온갖 MS와 삼성의 소프트웨어를 모래주머니로 달고도 날아다닌다. 웹서핑은 저소음 모드에서도 맥북 급으로 창이 즉각적으로 뜨고, ARM 네이티브로 빌드된 오피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실행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팬소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맥북은 간단한 작업에는 발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갤럭시북4 Edge에서는 하판에 열이 올라온다. 여기서 효율 코어의 부재가 느껴진다. 물론 인텔 갤럭시북4 Pro 보다는 훨씬 낫다.
카카오톡은 내 7840HS 미니PC에서는 5초 안에 실행되는데, 갤럭시북 Edge에서는 두 배정도 소요된다. 아쉽지만 참을만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크롬도 잘 되고, 오피스도 잘 되고, 스타크래프트도 잘 된다. 에뮬레이터 성능도 꽤나 훌륭해져서 과거 스냅드래곤 8cx 시절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이제는 64비트 에뮬레이션도 지원하고, 유튜브 리뷰를 보니 성능 감쇠 폭도 10~20% 정도로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만약 나와 같은 워크플로우를 가졌다면 스냅드래곤 X Elite를 탑재한 노트북을 강력 추천한다.
여담으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모니터 해상도와 VRAM을 인식해서 인게임 해상도를 정하는데, 수동으로 해상도를 바꿀 수 없다. 문제는 요즘 인텔과 스냅드래곤의 내장그래픽은 CPU의 DRAM을 고정이 아닌 동적으로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동작하는데, 게임에서는 이것을 최소한의 VRAM을 가진 그래픽카드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인텔 내/외장 그래픽카드와 스냅드래곤 X Elite를 사용한 디바이스에서는 Full HD가 최대 해상도이다. AMD의 iGPU는 고정 메모리 할당 방식이라서 4K가 잘 동작한다. 블리자드 개발진들이 사실상 스타크래프트에는 손을 놓아서 이 것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미지수이다.
Snapdragon X Elite의 한계
앞서 지적했듯이 M시리즈보다는 덜 효율적이다. 현재 공개된 여러 벤치마크 및 전성비 차트를 보면 x86 진영보다는 스냅드래곤 X Elite가 시나리오에 따라 0~50% 정도 효율적이지만, M 시리즈보다는 확실히 덜 효율적이다. TSMC의 4nm 공정을 사용했음에도 5nm 공정을 사용한 M1 시리즈보다도 덜 효율적으로 보인다. 퀄컴의 1세대 고클럭 커스텀 CPU이어서인지, 효율 코어의 부재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2세대에서 확실히 발전의 여지가 보인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ARM 기반이라, 호환되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과 관공서의 경우 오히려 삼성이 갤럭시북S 이후로 간간이 ARM 노트북을 출시해와서 그런지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것은 롤과 같은 안티치트 프로그램이 들어가는 게임들이다. 단순히 윈도우의 Direct X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ARM 윈도우의 에뮬레이터 성능과 호환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어떻게든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안티치트와 같이 어셈블리 또는 윈도우 커널 레벨 코딩이 들어간 경우 한계가 있다.
https://www.samsung.com/sec/event/GalaxyBook4Edge/comp/
두 번째로, 외장 디스플레이 출력 스펙에 관한 아쉬움이다. 내 Razer 썬더볼트4 Dock에 꽂았을 때 처음에는 문제 없이 잘 동작하는 것으로 보였다. 근데, 메인 모니터 (4K 120Hz)의 주사율이 60Hz로 잡히는 게 아닌가? 이런 경우에는 맥북에서도 있었다. 처음에는 기본값으로 60Hz로 잡더라. 그래서 120Hz를 수동으로 올려줬다. 그런데 해상도가 QHD로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몇 번 더 해봤지만 도저히 4K와 120Hz 주사율은 양립할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스냅드래곤 X Elite의 스펙시트를 찾아보니 절망적인 것을 발견했다.
https://www.qualcomm.com/products/mobile/snapdragon/pcs-and-tablets/snapdragon-x-elite
Snapdragon X Elite
Snapdragon X Elite is the most powerful, intelligent, and efficient processor in its class for Windows. Featuring: built for AI, multi-day battery-life and more.
www.qualcomm.com
외부 디스플레이 최대 지원이 4K 60Hz * 3 인 것이 아닌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2024년에 출시된 플래그십 AP가 확장 디스플레이가 4K 60Hz까지라고? 정말 예상치 못했다. 맥북의 Pro 아닌 M시리즈가 외장 디스플레이를 1개만 지원하는 대신 하나는 6K 120Hz까지 완벽하게 지원하는데, 퀄컴은 외장 개수를 늘리는 대신 대역폭을 희생한 듯 하다. 나에게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갤럭시 북4 Edge
스펙
AP: Qualcomm Snapdragon X Elite - X1E-80-100
RAM: 16GB LPDDR5X
Storage: 512GB eUFS 4.0 (교체 불가)
특이사항으로 AP는 NVMe/eUFS를 모두 지원하는데, 삼성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UFS를 넣었다. 원가 절감 때문인지 전성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성비 마니아인 나는 UFS 4.0 성능이 충분하고 스토리지를 교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은 UFS가 반갑다.
맥북 프로 2021 (M1 Pro) 14인치와의 사진
참고로, 맥북 프로는 2021년형인 내 모델과 현재 M3 모델과 디자인 차이가 없다.
디자인 및 만듦새
디자인은 심플하다. 옆면이 살짝 갤럭시북S와 닮은 이외에는 갤럭시북4 Pro와 거의 똑같다. 고급형 라인업 답게 저가형 노트북과 다른 고급스런 소재임이 단박에 느껴진다. 상판은 한 손으로 들 수 있고, 갤럭시북4 Pro와 비교해서 힌지가 덜 낭창해져서 마음에 든다. 색상은 연한 블루색상 한가지인데, 키보드색도 은은하게 파란색이다.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 키보드 색이 검은색이었으면 좀 더 맘에 들었을 것 같다.
16인치는 넘버패드가 포함된 풀배열이라 트랙패드도 왼쪽으로 쏠려있어 심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 14인치를 골랐다. 전성비가 좋은 칩셋이기 때문에, 갤럭시북4 Pro에서 있었던 인치 별 성능 차이 이슈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고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빌드 퀄리티는 상당히 훌륭하나, 여전히 맥북만큼 단단한 만듦새는 아니다. 갤럭시북4 Pro와 비교하면, 대동소이 해 보이나 한 손으로 들었을 때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무게는 14인치 기준 1.23kg에서 1.16kg으로 갤럭시북4 Pro 대비 가볍다.
발열과 팬소음
측정 장비가 없어서 주관적인 느낌을 말해보고자 한다. 발열은 맥북(맥북 프로 M1 Pro, 맥북 에어 M1)보다는 있고, 인텔 갤럭시북4 Pro (125H)보다는 훨씬 덜하다. 초기 셋팅할 때는 발열이 꽤 있었으나, 셋팅 후에는 웹서핑이나 유튜브 시청 정도는 한여름 실내온도 28도인 집에서 무릎 위에 올려서 사용해도 별 불쾌감이 없을 정도이다. 인상적인 것은 초기 업데이트 등 셋팅할 때도 발열은 다소 있었지만 팬소음이 거의 없었고, 셋팅 후에는 팬이 도는 것을 들을 수가 없다. 따라서 발열은 쿨링 팬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올라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삼성에서 이러한 설정을 일부러 의도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그놈의 인텔 갤럭시북4 Pro 14인치는 발열과 팬 소음 둘 다 심했다. 14인치 갤럭시북4 Pro의 쿨링 시스템이 인텔 메테오레이크의 발열을 감당할 수 없었고 이것 때문에 16인치의 인기가 많았다. 갤럭시북4 Edge의 경우에는 14인치에서도 팬이 거의 돌지 않는 것을 보면, 중부하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굳이 성능 때문에 16인치를 선택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본다.
디스플레이
2880x1800 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는 정말 훌륭하다. 맥북 프로의 Mini LED 디스플레이와 비교했을 때 밝기는 좀 더 어둡지만 컬러 볼륨이 DCI-P3 120%를 만족하는 만큼 더 좋아 보인다. 다만 윈도우 컬러 매니지먼트의 한계상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색이 과장되어 보인다. 48Hz-120Hz의 가변 주사율을 지원하는데, 갤럭시북4 Pro에서도 느꼈지만 그 전환이 부드럽지 않은 것도 지적하고 싶다. 마우스 포인터 움직임은 날렵한데, 스크롤이나 창 전환 시 애니메이션에서 48Hz를 느낄 수 있다. 글자의 가독성이 RGB 배열때문에 뿌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나처럼 민감한 사람에게는 단점이다. 단점을 많이 적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한 디스플레임에는 분명하다. 반사방지 코팅까지 되어있는데, OLED의 완벽한 암부표현능력과 어우러져 처음 윈도우 셋팅하면서 검은 배경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문구조차 멋지게 보였다.
배터리
아직 장기간 써보지 않았지만, 갤럭시북4 Pro때처럼 초기 셋팅 때 무지막지하게 배터리가 빠지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 체감상으로는 내 맥북 프로보다 약간 덜 가는 것 같다.
기타
타건감은 갤럭시북4 Pro와 비교해서 아주 약간 더 깊이가 생긴 것 같고 만족한다. 트랙패드는 갤럭시북 답게 이상한 가속도가 붙어있어서 마음에 안 들지만 대부분은 만족할 것이다. 스피커는 맥북 프로 급에는 한참 못미치고 맥북 에어급에도 못미치지만, 이정도면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는 준수한 편이다.
총평
전반적으로, 나와 같이 노트북의 아주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신경쓰는 변태 입장에서는 대비 단점을 많이 꼽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같은 변태까지 어우를 완벽에 가까운 노트북은 맥북 프로이나, 가격이 비슷한 급의 윈도우 노트북 대비 두 배이다. 갤럭시북4 Edge 14의 실제 판매 가격대 (100만원대 초중반)를 생각한다면 아주 훌륭한 노트북이라고 생각한다. 갤럭시북4 Pro 시리즈에서 이미 증명된 상품성에서 AP가 전성비가 훌륭한 스냅드래곤 X Elite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는 본인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ARM 윈도우에서도 문제 없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호환 문제가 없는 프로그램만 구동한다면, 현시점 윈도우 진영 Thin & Light 세그먼트에서 가장 좋은 노트북이라고 결론내고 싶다.
사실 스냅드래곤 X Elite의 강력하게 홍보하는 것 중 하나가 45TOPS에 달하는 엄청난 NPU 성능인데 우선 이 포스팅에서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부분만 다루고 NPU와 그 파생 기능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부분인데, 기회가 되면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