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때 즈음이였을 겁니다. 여러 제조사에서 앞다퉈 노트북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 동력을 잃은 PC시장에서 윈도우8의 출시에 힘입어 나름 희망의 빛을 발견한듯이 여기 저기 제조사에서 노트북에 터치스크린을 넣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소비자들도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조작방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터치스크린이 달린 랩톱을 구매했었습니다. 아,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노트북은 하이브리드 태블릿을 논하는게 아닌, 정말 그냥 평범한 노트북에 뜬금없이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것들을 지칭합니다.
<터치스크린 미탑재 모델 770g, 탑재 모델 870g의 초경량 노트북 VAIO PRO 11, 국내에서는 터치스크린 탑재 모델만 출시되었다>
저는 터치스크린이 달린 랩톱이 출시될 때 부터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운영체제가 아무리 터치스크린에 최적화가 되었다고 한들, 노트북 모니터에 손을 갖다대기에는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호기심으로 몇번 이용하겠지만, 이내 피로감이 누적되어 사용하지 않는 기능으로 여겼습니다. 쓸데없이 그리 작지 않은 추가적인 전력 소모로 배터리를 갉아먹는 점과, 평균적으로 100g~200g씩 터치스크린 패널 때문에 늘어나는 무게도 싫었습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부분 부사장 페더리기는 CNet과의 인터뷰에서 데스크톱 운영체제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것은 제대로된 인터페이스의 형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편안한 자세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환경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터치스크린을 수직으로 사용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회사입니다. OS X의 제약의 일종이라고 보기보다는 터치패드를 발전시켜서 기기에 맞는, 노트북에서 이용하기 쉬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봅니다.
한 때 터치스크린이 기본 옵션이었던 아티브북9이 다시 터치스크린 미탑재로 돌아왔습니다. 안그런 제조사도 있지만, 점점 제조사들은 터치스크린이 쓰여야 할 제품군과 그렇지 않은 제품군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물론 노트북은 후자입니다.
최근에 공개된 윈도우10 테크니컬 프리뷰에는 어느정도 윈도우7와 8의 타협점을 찾은 것 같아 보입니다. 터치스크린이 유용한 태블릿에서는 기존 윈도우8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그렇지 않은 노트북들은 기존 윈도우7과 닮은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결국 터치스크린은 최고의 인터페이스가 아니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했던 '터치 혁명'은 저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