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비루한 정치판에 대해 꽤나 무관심한 사람들도 한번 쯤 들어봤을 이름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이다. 최근 궁금한 것은 과연 트럼프를 아는 사람과 우리나라의 국무총리가 누군지 아는가를 물어보았을 때, 과연 트럼프와 국무총리 중 누구의 인지도가 높을까 하는 그러한 궁금증이 있다. 청년 세대의 정치적 혐오를 넘어선 정치적 무관심이 참으로 안타깝다.
트럼프가 유명한 이유를 살펴보자. 당연 '막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트럼프는 정치판에서 가장 해서는 안될 오류인 일반화의 오류를 서슴치 않게 범하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When Mexico sends its people, they’re not sending their best. They’re not sending you. They’re not sending you. They’re sending people that have lots of problems, and they’re bringing those problems with us. They’re bringing drugs. They’re bringing crime. They’re rapists."
"멕시코가 미국으로 사람들을 보내줄 때, 그들은 좋은 사람들만 보내주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같은 멀쩡한 사람들을 보내지 않습니다. 멕시코는 많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보냅니다. 그리고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에게까지 문제를 안겨줍니다. 그들은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가져오고, 그들은 강간범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도저히 정치인이 했다고는 믿기 힘든 연설문이다. 일부 멕시코 사람들을 일반화하여, 그것도 '강간범'이라는 극단적인 프레임을 씌워 전체 멕시코 시민들을 겨냥하는 이 발언은, 외교 문제로 빚어지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이러한 언행의 수위를, 멕시코 뿐만이 아니라 무슬림들 등에게 비슷하게 적용시키는 것을 보면 왜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를 굉장히 위험하다고 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없이 교육받아왔다. 인종차별은 엄연히 나쁜 행동이며, 종교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되고, 남녀는 평등하다. 사람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바라봐야 한다. 지극히 맞는 말들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자라왔다. 이것들이 바로 PC(Political Correctness)에 속한다. PC를 직역하자면 '정치적 올바름' 정도가 되겠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Political을 '정치적'이 아닌 '도의적'으로 해석한, 도의적 올바름이 원 뜻과 가깝다고 한다. 이러한 '도의적 올바름'의 가치들은 절대 나쁜 것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들 덕분에 인종차별이 옅어지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며, 여성도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없어질 수 있었던 이유, 21세기에서 소수자에 대한 각종 차별이 사라진 이유는 바로 이 도의적 올바름 덕분이다.
오늘날 인종차별이나 남녀의 사회 진출에 대한 차별과 같은 여러 '커다란' 차별이 희미해 지고 있다고 해서 완전히 '도의적 올바름'의 가치가 사회에 뿌리 내린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가치는,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서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가치이다.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가장 큰 잣대는 사리분별성이 아닌가. 오줌이 마렵더라도, 버스 안이라면 마음대로 볼일을 볼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오줌을 참는 이런 행동, 본성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점이 동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우리는 동물적인 본성을 모두 '도의적 올바름'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일례로, 사람이 외양보다 내양이 중요하다고 배우지만 외적으로 아름답고 멋진 사람을 더욱 동경하게 되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 않나. '인간다움'의 상징인 사리분별성, 즉 '도의적 올바름'을 실천하는 행위가 인간의 본능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확장해 보자. 우리는 집단에서 일부의 행동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행위인 '일반화'를 해서는 안된다고 배운다. 가령 '한국인은 성질이 급해', '중국인들은 시끄러워'와 같은 일반화를 경계하라고 배운다. 성질이 급하지 않은 한국사람이 충분히 많을 것이고, 10억명이 훌쩍 넘는 중국인들 중, 조용하게 말하는 사람이 1억명만 있어도 충분히 많은 수이기 때문에 저러한 일반화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앞선 일반화는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작은 애교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슬람 사람들은 위험해', '멕시코 사람들은 잠재적인 범죄자야'와 같은 일반화이다. '도의적 올바름'에 따라 우리는 일반화는 나쁜 것임을 알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러한 일반화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대상을 일반화하려는 경향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인간의 본성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팀 국가별 평균 신장>
우리나라에서 축구 유망주를 뽑을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선수의 '신장'이다. 신장이 클수록 선수의 체격이 더욱 클 확률이 높아 경합시 더욱 유리할 것이고, 공중에서의 머리 위의 공을 비교적 선점하기 쉬울 것이라는 이유이다. 물론 맞는 이유이지만, 이러한 일반화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우리는 키 170cm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화가 나쁜 것인가? 참 어렵다. 월드컵에서 각국 대표단의 키를 살펴보면 각국의 평균키보다 큰 경우가 대다수이다. '키가 크면 축구를 잘한다'라는 것은 참이 될 수 없지만, '키가 크면 축구를 잘 할 확률이 높다'라는 말은 참이다. 이렇듯 더욱 나은 선택을 위해서 일반화를 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온 방식이다.
사회는 '도의적 올바름'을 실천하도록 요구했고, 인간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살아온 방식, 즉 본성을 억누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완전한 실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요지이다. 트럼프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든 것이다. 평소에 사회의 요구에 맞춰서 억누르고 있던 사람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대신 말해주는 대변인을 자처한 것이다. 911테러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무슬림들에 대해 고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PC주의에 입각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미국인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무슬림들의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라고 말한 그에게 열광했던 이유이다.
만약 모든 무슬림들을 미국 내에서 전부 쫓아낼 수 있으면 미국의 테러 가능성은 확연히 낮아질 것이다. 대부분의 테러 사건의 배후는 이슬람 세력이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멕시코인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한다면 마약 범죄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멕시코 카르텔이 마약 범죄에 크게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를 빌어 전체를 위협존재로 여겨 차별하는 사회는 결코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일반화에서 비롯된 차별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한다면, '흑인들은 멍청해', '여자들은 일을 못해' 라는 일반화가 다음 타깃이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 인종차별은 다시 심해질 것이고 여성은 다시 집안일만 해야될 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속시원한 발언에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