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중소도시의 풍경을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끽한 후,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습니다. 유럽까지 왔는데 파리를 지나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죠. 자유의 상징, 낭만의 도시인 파리입니다. 어떤 도시에 사는 사람을 지칭할 때, 가장 유명한 표현은 당연 '뉴요커(New Yorker)'겠죠. 아마 그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파리지앵(Parisien)'일 것입니다. 파리지앵이라는 표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파리가 갖는 상징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일깨워줍니다.
사실 파리는 굳이 가고 싶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에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프랑스 하면 가장 떠오르는 예술적인 이미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런던은 너무 가고싶은데, 가는 길에 파리가 있어서 겸사겸사 가게 되었습니다.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여행을 시작한지 1주일 쯤 넘었을 즈음이었습니다. 일주일 쯤 혼자만 밥을 먹다 보니 맥도날드를 자주 찾게 되고, 슬슬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 처음으로 한국인들을 만나서 호화스러운 식사를 했습니다. 유명한 해산물 전문점에 갔는데, 정말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포식을 한 후, 파리의 필수코스 에펠탑으로 왔습니다. 에펠탑에 오면, 생각했던 것 보다 웅장한 스케일에 놀라고, 잡상인들에 한번 더 놀랍니다. 에펠탑에 가는 데 까지 수많은 잡상인들을 뚫고와야 합니다.
승강기를 타고 에펠탑에 올라가 볼 수도 있지만 예전에 올라가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하고 너무 비싸서 굳이 올라가진 않았습니다.
에펠탑 앞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앞에서 음주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광경을 지켜보다 동행했던 분들과 함께 자연스레 그 인파에 합류했습니다. 파리 이후로 꽤나 많은 한국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저처럼 별 생각 없이 유럽행 비행기를 탄 사람도 있었지만, 반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긴 시간동안 번 돈을 유럽 여행에 기꺼이 쏟아붇는 사람들, 직장을 때려 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으려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가치관과 실천력에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행을 하며, 누가 봐도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집시들을 보며 무신경했던 작은 것들, 가령 국가에 감사함을 느끼고 위의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도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큰 굴곡없었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더군요. 경제적인 어려움이라고 하면 고작 용돈을 다 써버렸을 때 밖에 없었고, 고등학교 입시, 대학 입시도 정말 운좋게 남들보다 수월하게 풀렸습니다. 물론 나 자신이 노력한 것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내가 해야할 일만 집중하면 되게끔 해주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녀온지 1년이 넘은 지금 그 때의 마음이 많이 풀린 것 같아 반성해 봅니다.
에펠탑을 구경하고 난 후,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에 왔습니다. 숙소에 가는 길마다 죽치고 앉아있던 있던 밤 늦은 시간의 흑인들은, 20대 초반 성인 남성인 저도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자유의 도시라는 멋진 이름에 가려진 수많은 난민, 빈민들의 현주소였습니다. 조금 무서웠지만 애써 시선을 회피하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집 주인 이름은 Juan, 파리의 한 펍에서 서버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집 시설은 별로였지만, 침대와 콘센트만 있으면 충분하죠.
낡은 침대에서 개운하게 늦잠을 잤습니다. 파리에 오면 루브르 박물관정도는 방문해주어야겠죠. 뙤양볕이 내리쬐는 루브르 박물관 가는 길을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면, 반갑게도 대한항공에서 후원하는 다국어 음성 가이드가 있습니다. 덕분에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긴 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게 관람했습니다. 괜히 세계적인 박물관이 아닙니다. 엄청난 규모에 짜임새 있는 전시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이 절로 갑니다.
특히나 이집트 유물이 많았는데 과연 이 유물들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도 들더군요.
기억하기론 밑 전시관은 황궁을 그대로 재연한 곳입니다.
그리고 지구 건너편 한국사람도 알고 있는 모나리자의 사진 근처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듭니다. 수 세기가 지나도 이 그림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다 빈치는 알았을까요? 아마 이 광경을 보면 무덤에서 '허허허'하며 웃을게 뻔히 보이네요.
또 하나의 유명한 그림입니다. 작품명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우리가 흔히 프랑스 혁명이라고 잘 알고있는 7월 혁명을 그린 그림입니다. 민중주의의 서막이 등장하려던 찰나에 나폴레옹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바로 그 7월 혁명입니다.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밑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확실히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처럼 파리만의 랜드마크가 있으니 그만큼 파리를 다녀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랜드마크가 과연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느끼네요.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의 풍경입니다. 살인적인 더위였는데, 선선한 집에서 사진으로 보니 살인적인 더위의 느낌은 싹 사라지고 아주 화창한 하늘만 보이네요.
루브르 박물관을 끝으로 런던으로 떠났습니다.
런던으로 떠나는 아침, 머무는 집에 큰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 어찌나 영리한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낮선 사람인데도 계속 장난치고, 문을 닫아놓으면 자기가 열어서 다시 들어오는 참 영리한 개였습니다. 요 영리한 녀석을 한장 찍었습니다. 얼굴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아시다시피, 프랑스와 영국은 해저터널로 연결되어있어 기차로 왕래할 수 있습니다. 유럽 내륙에서는 국경선을 넘는게 자유로웠지만, 영국은 이런데에 까다로운 입장이라서 영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에 비교적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유로스타를 타기 전에 파리역에서 마신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잘 찍지 않는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정말 아직까지도, 지금까지 가장 맛있었던 맥주가 어느 맥주냐고 묻는다면 독일맥주도 아니고, 이태리 맥주도 아니고, 파리역의 유로스타 대기실의 맥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맛난 맥주를 한잔하고, 런던으로 출발합니다. [바로가기]